Wednesday, July 22, 2020

[리뷰]사랑이 혐오를 이긴다는 그 당연한 진리에 대해···뮤지컬 ‘제이미’ - 경향신문

berselebria.blogspot.com
뮤지컬 <제이미>는 드랙퀸(여장 남자)이 되고 싶은 열일곱 살 게이 소년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엄마 마가렛은 제이미의 17살 생일에 ‘빨간 하이힐’을 선물하고, 제이미는 졸업파티에 하이힐을 신고 가겠다 결심한다. 쇼노트 제공

뮤지컬 <제이미>는 드랙퀸(여장 남자)이 되고 싶은 열일곱 살 게이 소년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엄마 마가렛은 제이미의 17살 생일에 ‘빨간 하이힐’을 선물하고, 제이미는 졸업파티에 하이힐을 신고 가겠다 결심한다. 쇼노트 제공

회색빛 네모난 교실, 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책상에 앉은 아이들 사이에 백발에 가까운 금발 머리를 한 소년이 눈에 띈다. 소년의 이름은 ‘제이미 뉴’. 몽상에 빠져있는 제이미를 깨운 건 헷지 선생의 질문이다. “제이미 넌 뭐가 되고 싶니?” 우물쭈물 “배우”라고 답하는 제이미에게 헷지 선생은 적성검사 결과지를 내민다. ‘포크레인 기사’와 ‘광부’가 쓰인 결과지를 손에 쥔 제이미는 풀 죽어 속삭인다. “사실 전 드랙퀸이 되고 싶어요.”

실존인물 제이미 캠벨을 모티브로 한 주인공 제이미는 그룹 2AM의 조권(사진), 그룹 아스트로의 MJ, 그룹 뉴이스트의 렌, 배우 신주협 등 젊은 배우 4명이 열연한다. 쇼노트 제공

실존인물 제이미 캠벨을 모티브로 한 주인공 제이미는 그룹 2AM의 조권(사진), 그룹 아스트로의 MJ, 그룹 뉴이스트의 렌, 배우 신주협 등 젊은 배우 4명이 열연한다. 쇼노트 제공

뮤지컬 <제이미>는 드랙퀸(여장 남자)이 되고 싶은 열일곱 살 게이 소년이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외로운 주인공을 상상한 채 공연장을 찾는다면 조금 당황할지 모른다. 이미 열다섯 살에 커밍아웃한 제이미는 “완전 소중”을 입버릇처럼 말하는 발랄한 ‘요즘 아이’다. 엄마 마가렛(최정원·김선영)은 제이미의 17번째 생일선물로 120파운드짜리 빨간 하이힐을 선물하고, 신이 난 제이미는 졸업파티에 이 하이힐을 신고 가기로 결심한다.

“평범한 게 뭔데? 넌 이렇게 사는 게 평범한 거야”라고 말하는 엄마와 “한정판 제이미 보유국에서 사는 게 너무 행복하다”는 이모 레이(정영아), 여기에 “제이미는 아름다워”라며 격려하는 친구 프리티(문은수)까지. 주변 사람들의 지지 덕분에 제이미는 결코 기 죽는 법이 없다. 자신에게 “혐오스럽다” 말하는 동급생 딘에겐 “난 예술 작품이야. 네가 뭔데”라고 받아치고, “평범하게 살라”고 주입하는 헷지 선생에겐 “저처럼 특별한 사람의 현실감은 이것”이라고 노래한다.

발랄한 10대 소년 제이미는 “평범하게 살라”고 주입하는 헷지 선생에게 “저처럼 특별한 사람의 현실감은 이것”이라고 노래한다. 쇼노트 제공

발랄한 10대 소년 제이미는 “평범하게 살라”고 주입하는 헷지 선생에게 “저처럼 특별한 사람의 현실감은 이것”이라고 노래한다. 쇼노트 제공

제이미는 ‘전설의 드랙퀸’ 로코 샤넬, 휴고를 만나며 드랙퀸의 꿈을 구체화한다. 휴고는 제이미에게 졸업파티에 앞서 드랙쇼 무대를 먼저 경험할 것을 권한다. 쇼노트 제공

제이미는 ‘전설의 드랙퀸’ 로코 샤넬, 휴고를 만나며 드랙퀸의 꿈을 구체화한다. 휴고는 제이미에게 졸업파티에 앞서 드랙쇼 무대를 먼저 경험할 것을 권한다. 쇼노트 제공

막연히 드랙퀸을 꿈꾸던 제이미는 ‘전설의 드랙퀸’ 로코 샤넬, 휴고(윤희석·최호중)를 만나며 꿈을 구체화한다. 휴고는 “치마 입은 남자는 우습고, 드랙퀸은 경이롭다” 말하며 제이미에게 졸업파티에 앞서 드랙쇼 무대를 먼저 경험할 것을 권유한다. 제이미보다 앞선 세대의 드랙퀸으로서 전쟁터 같은 무대에서, 드레스라는 갑옷을 입고, 드랙퀸이란 전사가 되어 세상에 맞서보라는 것이다. 휴고의 도움으로 무대에 선 제이미는 마침내 내면에 감춰져있던 드랙퀸 ‘나나나’를 마주하게 된다.

늘 씩씩하고 밝던 제이미에게도 위기가 찾아온다. 어려운 순간마다 마음 속 지지대로 삼던 아빠가 던진 “역겹다”는 말은 제이미를 ‘자기혐오’의 수렁에 빠뜨린다. 자기혐오에 사로잡힌 제이미는 누구보다 자신을 믿고 사랑해주는 엄마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에 이른다. 약자에 대한 혐오가 얼마나 끈질긴지, 그리고 이것이 어떻게 당사자의 마음을 갉아먹고 그 주변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준다.

뮤지컬 <제이미>의 또 다른 주인공인 엄마 마가렛과 친구 프리티. 이혼한 뒤 홀로 제이미를 키운 마가렛과 파키스탄 이민자 소녀 프리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혹은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상징한다.(왼쪽부터) 쇼노트 제공

뮤지컬 <제이미>의 또 다른 주인공인 엄마 마가렛과 친구 프리티. 이혼한 뒤 홀로 제이미를 키운 마가렛과 파키스탄 이민자 소녀 프리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혹은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상징한다.(왼쪽부터) 쇼노트 제공

각종 혐오가 전염병처럼 퍼져있는 시대, 뮤지컬은 ‘사랑이 혐오를 이긴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 번 설파한다. 대망의 졸업파티 날, 약속한대로 드레스를 입고 나타난 제이미는 파티장 입장을 제지당한다. “졸업파티는 환상이지만, 이건 제 현실이에요”라는 멋진 대사를 날리고 뒤돌아선 그를 막아선 건 놀랍게도 반 친구들이다. 제이미를 연호한 친구들은 ‘제이미 없는 졸업파티’를 거부하고, 학교도 아이들의 ‘연대’에 승복하고 만다.

이혼한 뒤 홀로 제이미를 키운 마가렛과 파키스탄 이민자 소녀 프리티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여성 혹은 이주민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상징한다.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한 번이라도 ‘별종’ 취급을 받은 적이 있다면 누구나 제이미의 이야기에, 마가렛·프리티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 결국 <제이미>는 성 소수자 청소년의 이야기인 동시에 모두의 이야기로, ‘벽을 넘어/뛰어 넘어/눈부신 미래’로 향하는 이들에 대한 응원가다.

뮤지컬 <제이미>의 실제 주인공 제이미 캠벨과 그의 엄마 마가렛. 캠벨의 이야기는 2011년 영국 BBC 다큐멘터리를 통해 제작돼 화제를 모았다. 쇼노트 제공

뮤지컬 <제이미>의 실제 주인공 제이미 캠벨과 그의 엄마 마가렛. 캠벨의 이야기는 2011년 영국 BBC 다큐멘터리를 통해 제작돼 화제를 모았다. 쇼노트 제공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다. 2011년 BBC 다큐멘터리로 먼저 소개된 영국 북부 셰필드에 살던 제이미 캠벨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했다. 웨스트엔드 뮤지컬로 만들어져 2018년 영국 공연계 최고상인 로런스 올리비에 어워드에서 최고 신작 뮤지컬, 남우주연·조연상, 안무상 등 4개 부문 상을 받았다. 욕을 달고 사는 ‘요즘 애들’이 나오는 만큼 유행어와 비속어가 불쾌하지 않을 만큼 나온다. 무대 위 8인조 라이브 밴드가 선사하는 팝 스타일의 넘버에 더해 LED 패널로 만들어진 정육면체 무대가 SNS 속 세상을 비롯해 다양한 공간을 구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주인공 제이미는 그룹 2AM의 조권, 그룹 아스트로의 MJ, 그룹 뉴이스트의 렌, 배우 신주협 등 젊은 배우 4명이 열연한다. 9월11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상연된다. 중학생 이상 관람가.

Let's block ads! (Why?)




July 23, 2020 at 11:40AM
https://ift.tt/2ZR6irL

[리뷰]사랑이 혐오를 이긴다는 그 당연한 진리에 대해···뮤지컬 ‘제이미’ - 경향신문

https://ift.tt/2BX0kfH
Share:

Related Posts:

0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