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November 5, 2020

與 대표엔 꽃다발, 은성수와는 각 세운 윤석헌… 내부선 "용퇴해야" 요구도 -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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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0.11.06 11:39 | 수정 2020.11.06 11:42

익명 게시판에 "용퇴(勇退)해달라"는 글까지
내년 예산안 손에 쥔 금융위 심기 건드려 직원들 좌불안석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금융위원회에 예산이 예속돼 있다. 독립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금감원 내부 직원들이 혼란에 빠졌다. 내년 예산을 금융위로부터 승인받아야하는 시점에 윤 원장이 금융위와 각을 세운 발언을 한 것이 예산 삭감 등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일부 직원은 익명 게시판 애플리케이션(앱)인 블라인드에 "(윤 원장이) 용퇴해야 한다"는 글까지 게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정치권 고위 인사들에게는 고개를 숙이면서 상급기관인 금융위와 각을 세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얘기도 있다.

9월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출판기념식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왼쪽)이 이 전 대표에게 꽃다발을 준 후 악수하고 있다. / 독자 제공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직원들은 금감원 예산과 조직이 금융위에 예속돼있어 독립이 필요하다는 윤 원장의 발언에 대해 내홍을 겪고 있다. 윤 원장은 지난달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금융위가 가진 금융정책 권한 아래에서 (금감원이) 집행을 담당하고 있어 예산이나 조직이 모두 예속될 수밖에 없는 상태"라며 "해외의 금융감독 독립성에 대한 연구 문헌을 보면 제일 먼저 꼽는 것이 예산의 독립성"이라고 했다.

금감원이 옵티머스나 라임펀드 등에 대해 제대로 관리감독을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되자 금융위에 예산과 인력이 예속돼있기 때문에 이런 한계가 있다며 금융위로부터 예산, 인력 등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이다. 이 발언에 바로 옆에 있던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금감원을 (금융위로부터 독립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기획재정부의 통제를 받으면 마음에 들겠나"라고 말했다. 은 위원장이 피감기관의 장(長)으로 국감을 받는 자리에서 윤 원장의 발언에 대해 즉각 반발한 것은 그만큼 윤 원장의 ‘예산 예속’발언이 민감한 주제였기 때문이다.

윤 원장의 발언 이후 금감원 내부는 혼란에 빠졌다. 당장 내년 예산과 인력충원 등을 승인받아야하는 처지에서 금융위와 정면대립하는 상황에 빠졌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직원들이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다고 하는데 이런 이야기를 할 때는 사석에서 하는게 맞지 모든 정무위원들이 듣는 자리에서 금융위를 면박주고 감독실패를 금융위에 돌린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고 했다.

금감원 직원들이 이용하는 익명 게시판 앱 블라인드에는 ‘용퇴’까지 언급됐다. 한 직원은 ‘원장님 반성하십시오’라는 글에서 "독립성은 국정감사장에서 예산을 핑계로 감독실패를 감추는데 쓰는 말이 아니다"며 "독립성은 정부의 정책실패에 대해 원장이 해임을 각오하고 쓴 소리를 할 수 있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 "실세 총리 퇴임식 겸 출판기념회에 가서 꽃다발을 전한다고 독립성이 생기는 게 아니다"고도 했다. 이는 지난 9월 윤 원장이 이해찬 전 총리(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꽃다발을 전달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 직원은 정부의 한국판 뉴딜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하지 못하는 점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외국계 금융사 CEO 모아놓고 한국판 뉴딜에 역할 해달라고 당부한다고 대통령이 독립성을 하사하지 않는다"며 "공공기관 자금을 동원하는 것도 모자라 공모펀드까지 동원하겠다는 허황된 한국형 뉴딜 정책에 대해, 정부정책에 금융기관을 볼모로 잡지말라고 도끼상소를 올렸나?"고도 했다.

또 "감독기구로서 업무소홀은 돌아보지 않고 광인(狂人) 쟁기질하듯 금융사들을 두들겨 팬다고 금감원의 독립성이 높아지지 않는다"며 "정부에 대해 바짝 엎드리는 원장이 독립성 운운할 자격이 있나. 힘드시면 적임자에게 자리 물려주시는 게 금감원을 위한 원장의 유일한 공헌일 것이다. 용퇴(勇退)해달라"고 했다.

용퇴를 원한다는 글이 올라오자 금감원 직원들은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한 직원은 댓글에서 "이래저래 우리 회사(금감원)가 우스워진 것은 사실이다. 조직내부에서 많은 갈등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고 직원 사기가 엉망인 것도 사실"이라며 "자질없는 리더가 스스로 내려오지 않으면 끌어내리는 것이 그나마 우리 조직이 살아남을 방법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윤 원장에게 모든 책임을 다 씌우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 직원은 "이 글은 다분히 정치적인 수사로 보인다"며 "(금융위에 예속돼 있는)현재의 기형적인 구조에서도 불철주야 고생하는 직원들을 앞에 두고 전체를 감독실패로 단정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했다.

금감원 직원들이 이렇게 동요하는 것은 윤 원장의 발언이 나온 시점이 내년 예산과 인력(조직)을 금융위로부터 승인받아야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윤 원장은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면 금감원을 떠나지만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위에 내년 예산과 인력을 배정받아야만 지속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는데 윤 원장이 금융위와 각을 지고 떠나는 것은 조직에 크게 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뒤를 이어 차기 부총리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일부 정치권 인사들은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 위원장이 부총리가 된다면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해 기재부가 직접 예산과 인력을 통제할 가능성도 있다. 기재부의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금융위보다 훨씬 더 촘촘한 기준으로 예산과 인력을 통제하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윤 원장이 선을 넘은 것은 사실이라 조직이 상당히 어수선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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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06, 2020 at 09:3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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